포도순절은 백로에서 추석까지 이어지는 열흘 남짓한 시기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예부터 이 무렵을 가리켜 “포도가 가장 달게 익는 철”이라 했고, 편지를 쓸 때면 첫머리에 “기체 만강하옵시고”라는 계절 인사말을 즐겨 썼습니다. 2026년에는 9월 7일 밤에 백로가 들고, 추석이 9월 25일이라 그 사이 약 보름이 이 시기에 해당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 시기의 뜻과 유래, 백로 무렵의 풍습과 제철 음식까지 차근차근 정리해 드립니다.
| 구분 | 내용 |
|---|---|
| 시기 | 백로부터 추석까지 |
| 뜻 | 포도가 가장 맛있게 익는 철 |
| 유래 | 첫 포도를 조상께 올리던 풍습 |
| 대표 풍습 | 사당에 포도 올리기, 맏며느리가 한 송이 먹기 |
| 제철 음식 | 포도, 배, 석류, 대하, 광어 |

포도가 가장 달게 익는 시기
이 시기의 시작을 알리는 백로는 24절기 중 열다섯 번째 절기입니다. 태양 황경이 165도에 이르는 시점으로, 2026년에는 9월 7일 밤 23시 41분에 절기가 바뀝니다. 자정을 코앞에 둔 시각이라 일부 달력에는 9월 8일로 적혀 있지만, 정확한 절입 시각 기준으로는 7일이 맞습니다. 백로라는 이름은 “흰 이슬”이라는 뜻입니다. 낮 동안 데워진 공기가 밤에 기온이 이슬점까지 내려가면서 풀잎 위에 물방울이 맺히는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이지요.
이 백로부터 추석까지의 기간이 바로 포도순절입니다. 올해는 9월 7일 백로가 들고 9월 25일이 추석이니, 이 시기는 약 18일 동안 이어집니다. 이 무렵이 되면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커지면서 포도가 유난히 달게 익습니다. 식물은 낮에 햇빛을 받아 당분을 만들고 밤에 호흡으로 그 당분을 사용하는데, 밤이 서늘해지면 호흡이 줄어들어 만든 당분을 그대로 열매에 쌓아두기 때문입니다. 일교차가 큰 지역의 과일이 맛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조상께 먼저 올리던 첫 포도
옛사람들은 그해 처음 수확한 포도를 곧바로 먹지 않았습니다. 먼저 사당에 올려 조상께 “올해도 포도가 잘 익었습니다” 하고 고한 뒤에야 맛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집의 맏며느리가 포도 한 송이를 통째로 먹어야 했습니다. 포도알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다산을 상징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혼인하지 않은 처녀가 포도를 많이 먹으면 “망측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니, 같은 과일을 두고도 혼인 여부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렸던 셈입니다.
조선 시대 백자에 포도 그림이 유난히 많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포도송이마다 알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은 자손이 번성하는 모습으로 여겨져, 결혼을 앞둔 집안에서는 포도 문양을 담은 그릇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지금 마트에서 무심코 집어 드는 포도가 예전에는 그토록 귀한 의미를 지닌 과일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백로 무렵 지켰던 다른 풍습
이 시기가 시작되는 백로 무렵에는 벌초도 주로 했습니다. 처서가 지나면 풀이 성장을 멈추기 시작해서, 이때 벌초를 해두면 추석까지 산소가 비교적 깨끗하게 유지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반보기’라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시집간 여인네들이 친정 가족과 서신을 주고받으며 만날 날짜를 정하고, 시집과 친정의 중간 지점에서 만나 반나절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는 자리였습니다.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애틋해지는 풍습입니다.
옛사람들은 백로 무렵의 날씨를 유심히 살폈습니다. “백로에 비가 오면 십 리 천석을 늘인다” 하여 비가 오면 풍년이 들 조짐으로 여겼고, 백로 전에 서리가 내리면 그해 농사를 망친다고 걱정했습니다. “칠월 백로에 패지 않은 벼는 먹어도, 팔월 백로에 패지 않은 벼는 못 먹는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음력 7월에 백로가 들면 계절이 빨리 온 것이니 벼가 늦게 패어도 여물 시간이 남아 있지만, 음력 8월에 늦게 들었는데도 이삭이 패지 않았다면 그해 농사는 포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루의 날씨에 한 해 농사의 희비가 갈렸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제철 음식으로 만나는 가을
이 시기는 이름처럼 포도가 으뜸인 때이지만, 그 외에도 제철을 맞는 음식이 많습니다. 일교차가 커지면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때라, 제철 음식으로 몸을 보하는 것이 옛사람들의 지혜였습니다.
| 음식 | 특징 |
|---|---|
| 포도 | 이 시기의 주인공, 피로 회복에 도움 |
| 배 | 수분이 풍부하고 기관지와 목 건강에 좋음 |
| 석류 |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9월이 제철 |
| 대하 | 가을 대하가 가장 살이 통통하고 단백질이 풍부 |
| 광어 | 가을이면 식감이 쫄깃해지고 맛이 깊어짐 |
특히 배는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맛이 듭니다. 아삭한 식감에 수분이 가득해 건조해지기 시작하는 가을 초입에 잘 어울립니다. 대하도 9월이면 ‘가을 대하’라 불릴 만큼 살이 꽉 차 있습니다. 이 제철 음식들을 골고루 먹으며 환절기를 건강하게 넘기는 것이 좋습니다.
포도를 고를 때는 알이 탱글탱글하고 송이 전체에 힘이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꼭지 부분이 푸르지 않고 갈색으로 말라 있다면 잘 익은 포도입니다. 씻을 때는 흐르는 물에 한 알씩 떼어내지 말고 송이째 가볍게 헹군 뒤, 먹기 직전에 씻어야 단맛이 유지됩니다.
가을을 맞이하는 마음가짐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저는 백로가 그저 달력 속의 낯선 절기 이름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 포도순절 무렵, 시골 과수원에서 직접 딴 포도를 먹어본 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시장에서 산 포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진한 단맛에, “이 맛이라면 옛사람들이 그토록 기다린 철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겠구나” 하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9월 초가 되면 과수원을 찾거나, 지역 농가에서 갓 수확한 포도를 주문해서 가족과 나누어 먹고 있습니다.
올해도 백로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새벽에는 풀잎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이슬이 맺히려면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분명해야 하고, 포도가 달게 익으려면 더울 때와 서늘할 때가 번갈아 찾아와야 합니다. 계속 따뜻하기만 한 날씨에서는 아무것도 여물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이치로, 우리의 삶도 편안한 때만 이어지면 단단해지기 어렵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다그치는 시기가 있어야 무언가를 이루고 성장하는 법이니까요.
이 시기의 의미를 되새기며, 올해는 처음 딴 포도를 가족과 함께 나누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백로 아침, 풀잎에 맺힌 이슬을 발견하신다면 그것이 바로 가을이 도착했다는 인사라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이 시기는 정확히 언제인가요?
A: 백로부터 추석까지의 시기입니다. 2026년에는 9월 7일 백로가 들고 9월 25일이 추석이라, 약 18일 동안입니다.
Q: 왜 이 시기에 포도가 가장 맛있나요?
A: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밤이 서늘해지면 포도나무의 호흡이 줄어들어, 낮에 만든 당분을 열매에 그대로 쌓아두어 단맛이 올라옵니다.
Q: 예전에는 첫 포도를 어떻게 먹었나요?
A: 그해 처음 딴 포도는 바로 먹지 않고 사당에 올려 조상께 고한 뒤, 맏며느리가 한 송이를 통째로 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포도알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다산을 상징했기 때문입니다.





